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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조체 초호(初號) 한자활자

 

초호는 호 단위 중 가장 큰 사이즈다. 약 42포인트. 서체 이름은 “명조”로만 되어 있고 지금 디지털에서 말하는 “무슨 무슨 명조” 등의 서체명은 없다. 옛 활자들의 견본집을 보면 서체를 크게 양식으로 나누어 회사명과 사이즈로 조합해서 유통되는 형식이 일반적이었다. “츠키지 4호 명조”, “초전 5호 한글” 등…

이 활자는 내가 일본에서 대학에 재직중일 때 담당한 활판 공방에 있었던 활자들이다. 그냥 집어온 것은 아니고…,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활자 케이스에서 쏟아진 활자들을 처분하다가 아까워서 몇 자 보관해두었다. 그때 활자 많이 처분했지… 

동아시아의 문자는 캐릭터 수가 많기 때문에 인쇄소는 활자를 보관하기 위한 넓은 공간이 요구된다. 네모꼴 한글을 2200자 이상 디자인한다고 볼 때, 하나의 인쇄판에서 중복되는 글자의 활자 수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. 한 페이지에 동일한 글자가 평균적으로 5~6번 사용된다고만 상정해도 13만자 이상, 적어도 5종의 사이즈를 보장한다고 하면 66만자 이상, 다룰 수 있는 서체가 20종 정도 된다면 백반자를 가볍게 넘어간다. 거기에 글자만이 아니라 글자 사이의 공간도 활자이니 이를 다 포함하면, 과거의 인쇄소는 납 조각으로 둘려진 공간이다. 요즘의 디자인 사무실 규모로는 서체 한벌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… 어설프게 시작할 수 없고, 바로 갖추어질 수도 없으며, 대충 흉내 내기에는 너무 전문분야였다,  지금 키보드만으로 작업하는 디자이너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장인성이 나올 수밖에…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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