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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들의 학교 도서관(WATAKUSITATI NO GAKKO-TOSYOKAN)
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한 교과서다. 누가 보아도 영어 교과서로 보이지만 로마 문자로 표기된 문장을 읽어보면 일본어임을 알 수 있다. 패전한 일본을 점령한 미군이 펼친 대표적 정책 중 국어 개혁이 있다. “한자를 폐지하자” “로마 문자를 사용함이 적합하다” 등 몇 가지의 문자 개혁안이 동시에 실행되는데, 당시의 일본은 전쟁통에도 로마 문자권의 어지간한 나라보다 높은 식자율을 보유하고 있어 자국의 문자 사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. 물론 한자의 간략화와 문자 수의 제한, 가나 사용의 표준법 마련 등 문자 사용에 있어 큰 격동을 겪기는 한다.
우리도 일정 때의 한글 핍박, 미군정의 문자 사용 개혁 등 근대기 이후 많은 고충이 있었지만, 내가 본 자료 중 이 책이 가장 충격적이었다. 인수인계 기간도 없이 한자 문화권의 문자를 로마문자로 바꾼 것인데… 이건 미사일 이상의 폭격 현장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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